2010년 03월 08일
일기단상
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, 예전에 써 놓은 일기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. 모르는 사람이 보면 '꽤나 진솔해 보이는 일상의 고백'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 싶더라.
한 3,4년 전쯤이던가, 그때까지의 인생을 회고하며 그간의 삶을 "8할의 가식과 2할의 농담" 이라 자평한 적이 있다. 일기를 읽다 보니 그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다.
일단은 일기의 내용과 함께 일기를 쓴 당시의 많은 일들을 함께 떠올렸고, 그 중에는 상당수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. 가령 사촌누나의 결혼식에서 매형을 처음본 기분이라거나, 대학원에 입학할 무렵 공부못해 고생하던 시절의 기억 같은 것들.
나름대로는 그래도 지난 몇 년간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, 이런 저런 기억들을 되짚어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. '그래도 그 때는 저런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었구나' 하며 애틋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'내가 저럴 사람이 아닌데, 사실 저런 식의 이야기는 아니었는데' 라며 좀 더 솔직해지지 못한 본인의 진짜 기억을 들춰내는 식으로 말이다.
실제로 상당한 포장과 가공을 거쳐 일기로 뽑아져 나오는 나의 일상이라는 것은, 읽혀지는 것 보다는 정직하지도, 낭만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항상 정리정돈 된 무언가를 동경하는 버릇이 있어서 일기에라도 그런 식으로 정리된 감상과 생각을 풀어놓았던 것 같기도 하고.
그렇다고 그런 것 때문에 회한이 남는 것은 아니다. '이제라도 진솔한 사람이 되어보자'는 것은 좀 아니지 싶으니. 그냥 이대로 찬찬히 일기 써내려 가다가 한 5년 쯤 지나 그 무렵까지 써놓은 일기들을 읽으면서 '난 이런 사람이었군' 이라며 회고하는 정도면 족하지 않나....싶은데.
# by | 2010/03/08 02:15 | arbitrary lines | 트랙백 | 덧글(0)






